하는 일 없이 피곤하다. 가장 큰 것은 집이 팔리고 나서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다. 그리고 하나는 아내의 짜증과 화냄이다. 갑상선 항진증을 앓고 난 이후로는 유독 여름을 힘들어 하고 더우면 짜증을 온몸으로 쏟아낸다. 이젬 좀 나아졌으니까 괜찮아진줄 알았는데, 변함이 없다. 이 상태로 계속 저런다면 당분간은 스타벅스나 이디야에서 공부나 하면서 소일을 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내는 나쁜 사람은 아닌데 확실히 아이가 넷이고 남편도 어리다 보니 자기가 대장인줄 알고 호령을 한다. 내가 보기에는 집안 사람들을 호령하던 자기 친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가 본데, 내가 자란 시골에선 어딜 여자가 큰소리를 내느냐는 문화가 강해서 이해가 안된다. 아내는 처가의 대소사에도 관여하려고 하는데, 나는 처남이 결혼을 안한 것도 아니고 집안 대소사를 "큰아들"이 관장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면서 막고 있다.

 눈치 없는 아내는 그것에도 서운한가 본데, 내가 보기에 장모님은 전형적인 옛날 사람이고 큰아들이 재주나 학식에 비해서 기를 못펴고 사는 것에 대해서 늘 서운하신 눈치이시다. 그에 비해서 사위는 천주교 신자이고 술을 좋아하며 자유롭고 어른들 앞에서도 말을 잘한다. 흠... 이렇게 읽어보니 딱 싫어하실만한 사위이네.

 내가 고등학교에서 천주교 동아리를 만들고 활동하는데, 클럽 담당 선생님께서 나를 불러 놓고 훈계를 하신 적이 있다. "너가 공부도 그럭저럭 하고 모범스러운 척을 하는데, 뒤에서는 아닌 거 다 안다. 후배들 술 먹이고 그러면 안된다." 뭐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죽어라고 공부만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솔직히 내 친한 친구들은 수원에 있는 여러 학교에 있는 동아리 친구들이라서 늘 학교에서는 얌전히 그리고 조용히 지냈다.

 나는 토요일 자율학습만 끝나면 사복으로 갈아입고 여자 친구를 만나고 친구들을 남문과 북문 사이의 거리를 걷던 녀석이었는데. 그런 자유분방한 모습을 장모님은 처음 보자말자 알아차리신 것이다. 좋은 집안에서 엄격하고 귀하게 자란 아내가 정반대의 그러나 자기 앞가림은 할줄 아는 나와 사귀시는게 무척이나 못마땅해 하셨던 것이다. 뭐 우리 집안에서도 비슷한 집안의 혼처를 다 놔두고 서울에 있는 4살 연상의 누나와 결혼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서로 좋아서 결혼했는데, 요즘에는 둘 다 늙고 아이들에게 치이다 보니 뭔가 서로 사이를 좋게 할만한 것도 시도하지 않는다. 뭐만 해도 마누라가 돈으로 달라 그러니까 하고 싶지도 않고 있던 정도 마구 떨어진다. 이럴려고 결혼한게 아니었는데, 차라리 조건 보고 결혼한 사람이었으면 이런 실망도 없었을텐데.

 피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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