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정도는 아니고, 이전 회사 사업 철수로 희망퇴직금을 좀 받고 이직을 했다.
외국계 은행이었고 팀장(부부장) 5년차였는데, 국내 은행 데이터분석팀 계약직 차장으로 이직했다. 팀원들 10명과 위로는 부장, 본부장, 연관 부서 부장, AP 본부 인력들과 영어로 매일 아웅다웅하다가 국내 회사로 갔다. 일만 할 수 있었고, 주로 Oracle SQL과 사용자 시스템 설계하고 서비스 기획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서비스 기획하고 나중에는 ML모델도 만들고 점차 DL, AI-LLM으로 진화했고 지금도 팀원으로서 일하고 있다. 막내 팀장이었고 나보다 나이 많은 팀원들과 일하면서 팀 빌드업도 해야 했고 해외 출장중에 조직변경도 겪어 봐서 그런지 팀원으로서의 삶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만 집중해서 할 수 있었고 틈날때마다 자기 계발을 할 여유도 있었다.
퇴직할 때 받은 돈이 원래 퇴직금 합쳐서 10억 정도 되었고, 퇴직후 아내에게 1/3 주고 세금 20% 내고 IRP/연금저축에 넣고 부동산담보대출 변제하고 나니까 실제 내돈은 다 합쳐 7억 정도 되더라. 큰애가 재수하고 뒤로 3명이 더 대기중이라 새로운 회사에서 죽어라 일하고 계약직이라 매년 갱신하느라 힘들기는 했지만 7억을 예금/채권에서 주식/ETF로 바꾸기만 해도 재미있더라. 솔직히 투자해서 버는 돈으로 전체 자산을 늘려가서 회사일 하는데 힘들지 않았따.
오히려 내 생각 이야기 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더라. 지금은 쿠팡 물건도 척척 사고 소수점 투자도 잘하지만, 희망퇴직 이전에는 그럴 여유가 없기는 했다. 다만, 전 회사 내 동기들 대부분은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만둔 동기들은 대부분 연락이 잘 안된다. 로또 당첨되었으면 나는 회사를 계속 다녔을까? 다만, 저렇게 나를 인정해주는 사수가 있고 계보가 있는 회사를 다니면서 인정받고 올라갈 수 있는 "고향"같은 여유가 내게는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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