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동기인데, 사실 이 누나가 까칠하고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나랑은 많이 안맞았다. 한국 회사를 들어가서 억지로 외국 회사를 다니고 있는 내게, 그런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이 좋지만은 않았다. 영어로 말하고 높은 연봉을 받고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늘 내게는 억지로 큰 옷을 입은듯이 늘 불편했다. 그냥 저냥 월급 받으면서 사람들과 농이나 하면서 상급자들 욕하면서 살고 싶은게 내 생각이었다.

 이직도 쉽지 않았고 내가 하는 일이 마음에 들어서 오랫동안 부서도 옮기지 않고 일해왔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해서 점점 더 집착하게 되고 잘하기 위해서 늘 뭔가에 몰두했다. 늘 수학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고는 했는데, 뭐 그럭저럭 잘 해나가면서 살아가고는 있다.

 동기 누나는 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외국 회사를 나오지만 내가 일하는 환경에 대해서는 잘 이해를 못한다. 외국 회사도 아니고 국내 회사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일하다 보니 더욱 그러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그러하다. 여하튼 학교 다닐 때에는 말싸움도 많이 하고 누나도 나를 괴팍하다고 생각해서 별로 친하지는 않았다. 4, 5학기가 되어서야  주전공인 재무 수업을 주로 들으면서 많이 친해졌지만 졸업 이후에도 연락을 나눌만한 사이는 아니었다.

 누나는 한 학기를 남기고 외국으로 취업이 되어서 나갔고 나는 이직과 졸업으로 무척이나 바빴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내 회사 생활에서 가장 힘들고 일도 많았던 시점에서 그녀를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만나자 마자, 나보고 살이 왜 이렇게 쪘느냐며 놀라던 그녀였다. 뭐 어찌 되었거나 그렇게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얼굴을 보고 살고 있다.

 내가 막 팀장 대행이 되고 갈팡질팡 할 때에 누나의 조언을 많이 받았고 실제 처신이나 태도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내가 배운 정통파는 아니지만, 내가 정통파로 팀장이 된 것도 아니었고 대행 체제여서 심적으로도 위치로도 많이 불안할 때였다. 사실 대행을 하던 사람들은 주로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가는게 그동안의 관행이어서 불안해 했지만 누나는 많이 위로도 해줬고 조언도 많이 해줬다.

 지금 보면 그런 부분에서 심적으로 많이 의존을 한듯 하다. 그리고 그 누나는 맥주를 안마신다. 그리고 둘 다 술을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작정하고 마시다가 보면 꽤나 과음을 하게 된다. 그날도 많은 위로를 들었고 조언을 들었고 고마운 일이 많았다. 팀장이라는 것이 이렇게 생각이 많은 것인지는 몰랐다. 그게 6개월 정도 해본 초보 팀장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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