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회사 다닐때에는 정규직이어서 4급에서 3급(부부장) 승진을 해야만 연봉이 올랐다. 물론 호봉이 올라가면서 자연 증감분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쪼달리는 상황에서 내게는 돈이 필요했다. 타의로 관리자가 되었고 나름 열심히 일하면서 팀장 3년차에 부부장이 되었고, 이후 사업부 철수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직하면서 연봉도 줄였고 직급도 차장으로 내려갔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시중은행에서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 감수하고 갔다.
처음에 낮췄던 연봉은 회사에서 올려줘서 예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이고 이번에 직급조정(계약직은 승진이라고 하지 않는다.)으로 부부장을 달게 되었다. 오늘 바빠서 정신없는데 비서분이 새로 명함과 명패 그리고 이름표를 가져다줬다. 예전에 관리자로 5년동안 일하면서 못했던 일을 여기서는 정말 미친듯이 하고 있다. 별다른 불평도 하지 않았고 더 나이 먹기 전에 많은 일을 하고 경력을 쌓아서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 있는 실력과 안목을 갖추려고 했다. 일이 많아도 전혀 불평하지 않고 조용히 일했고 고과가 보통이어도 더부살이 인생이라 생각하면서 불평할 시간에 일하고 공부하고 틈날때 자격증 시험보러 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회사는 자격증을 따면 관련된 비용을 지원해준다. 덕분에 자격증을 따고 나면 지원받은 돈으로 가족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암튼 여기 회사는 전문계약직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되고 정규직과 비슷한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 가장 큰 혜택은 대학교 학자금 지원이 된다는 것이다. 4형제를 키우고 아이들이 차례차례 대학을 들어가는 나에게 있어서 이러한 돈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직하는 해에 큰애가 재수를 시작했고 둘째는 자사고를 다녀서 돈이 많이 필요했다. 셋째는 축구를 넷째는 농구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바이오 분야로 이직은 언감생심이었고 결국 하던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금융권으로 들어갔다.
이제 만 3년을 넘었지만 여기서는 참 많은 일을 했고, 야근도 많이 했다. 야근을 하면 시간외근무 수당이 나와서 나름 열심히 햇다. 다만, 이제 4월부터는 한달에 10시간 밖에 사용이 안된다.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 야근을 많이 해서 체력도 안좋고 번아웃도 올 무렵에 직급조정이 되었다. 내 사수는 자기 안따라 오고 은행예 계약직 차장으로 갔다고 술만 마시면 뭐라 한다. :) 원래 오지랍이 넓은 선배라서 그러려니 한다. 이전 회사에서도 차분히 내 방식대로 능력을 인정받고 승진하고 관리자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선배는 이직한 은행에서 견제가 심해서 결국 부부장을 못달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임원이 되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가면서 천천히 퇴직 준비도 하면서 살아가려고 생각한다. 무리하지 말고 욕심내지 말고 조용히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이직한 회사에서는 아직 인맥도 능력도 많이 모자라는 상황이기 때문에 좀더 사람들과 친밀하게 일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이 회사에서 보니 내가 코딩하고 분석하고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새로운 것도 많이 하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