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중간 관리자가 되면서 어제까지 동료, 선배였던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하는 팀에서 나름 일을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업무 자체는 별달리 밀리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팀을 관리하는 것은 좀, 많이 다른 것이었다. 사실 이 생활을 꼬박 만 4년 다 되어가다보니, 중간 관리자 업무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중간에 조직 개편까지 거치면서 팀원 절반을 새로 충원 받아서 안정화까지 해봤더니 이제 왠만한 것들은 다 하게 된다. 상대방을 잘 존중해주고 의견을 듣고 적절한 시점에 업무를 재조정하면서 팀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레벨까지 왔다. 아직도 내 고집대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의사결정을 미루는 안좋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 수록 가장 적응이 안되는 것이 바로 저 "외로움"이었다. 팀원이었을 때에는 몰랐지만 팀장의 자리는 나름 고독하다. 처음에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작년부터 팀장들에게 평정권관 면담권 및 인사업무 승인권이 부여되었다. 실질적으로 팀원들의 현황을 모두 파악하고 평가를 매기고 승진에 관여할 수 있는 상당히 껄끄러운 진짜 상사인 것이다. 휴가를 관리하고 승인하고 대직 등의 업무를 모두 관리하는 관리 업무가 많이 늘어나서 정신이 없었다. 나 포함해서 10명의 인원을 관리하고 업무를 정의하고 다양한 부서와 협업을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평정을 하게 되면서부터 업무 면담을 하고 정리를 하면서부터, 사람들이 나와 점심 먹는 것 자체를 싫어했다. 그것보다는 내가 "점심 같이 해요~!" 하면 "네, 제가 왜요? 무슨 일 있나요?"라고 깜짝 놀라는 반응을 겪게 되었다.
나는 실무를 같이 하는 팀장이고 가급적 중간 관리업무를 팀원들에게 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이러한 관리 업무는 무척이나 재미없고 따분하고 짜증나는 일이지만 팀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고 정리가 가능한 또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이거를 정리하고 상담하면서 팀원들의 업무를 파악하고 어려운 점이나 고충을 알 수 있게 된다. 암튼 저러한 반응을 몇 번 겪으면서, 자기들끼리 즐겁게 이야기 하다가 내가 가면 대화가 끊기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팀원들과의 관계가 나쁜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고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나를 어찌 되었거나 상사로 인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내게 거리를 둘 수 밖에 없고 나는 외롭게 되더만.
물론 그러면 다른 팀장들과 친하게 지내면 좋겠지만, 거의 35명이 넘는 부서에 팀이 6개나 되고 사실 평가나 업무조정이 많기 때문에 팀간에는 서로 경쟁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지금이야 3명의 팀장이 차례로 승진을 했기 때문에 그나마 나아졌지만, 부서장 바뀌고 처음에 수석 4명이 팀장이 되자 불똥튀는 경쟁을 하게 되었거든. 그때에는 누구나 힘든 때였고 부서 자리를 잡느라 바빴는데 결국 3명이 차례대로 승진을 하게 되었고 이후 비지니스별로 팀을 나누다 보니 서로 겨비는 부분이 없어서 서로 협업이 가능했다. 그런 상황에서 팀장들끼리 서로 친하게 지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지. 중간에 팀장 한 명은 자진해서 다른 부서로 옮겨갔다. 승진으로 인한 스트레스 및 업무부담은 큰데 승진을 위한 경쟁은 치열하니 그냥 마음이라도 편하게 살자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나마 나는 다른 부서 팀장들과 솔직하게 마음을 터놓고 일할 수 있고, 부서 내부에서도 동기인 팀장과는 나름 속깊은 이야기를 많이 할 정도이기는 하다. 이 팀장님도 처음에는 경계하는 것도 있고 나름 생각이 많았지만, 우리들 가운데 가장 먼저 승진하고 내가 그 다음해에 승진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이 생겼다고 봐야 한다.
회사는 돈을 벌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어느 정도는 회사에서 서로 친하게 지내고 싶어한다. 상사가 되면서 그런 부분에서 동감을 하기는 어렵다. 상사가 되면 결정권이 있고 파워가 있을 줄 알았는데, 부서장들에게 치이고 본부장에게 밟히는 그런 삶을 살게 되더라. 나는 내 생각대로 팀을 운영했는데, 부서내에서 고참 팀원들을 중심으로 팀회의때 민란을 방불케 하는 상황까지 몇 번이나 놓여봤다. 다른 팀은 사람들이 좀 유하거나 팀장이 세서 그냥저냥 굴러가는데, 우리팀은 내가 실력으로 어느 정도 눌러 놓기는 하지만 워낙에 자기 일들을 열심히 하고 나름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이라서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더라. 부서장이 팀원들 설득한다고 왔다가 강경한 분위기에 놀라서 업무 조정도 한 적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 외로움을 어떻게 잘 달랠 것인지도 회사 생활의 한 방편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