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내가 이전 회사에서 쫓겨나듯이 나올때 힘들어했던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힘들게 이직해 놓고서 은퇴를 생각하는 것이 못마땅해 보였다. 사실 나라고 그렇게 고생해서 들어온 이 회사를 떠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계약직이고 나이가 많기 때문에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회사에서 내 자리가 얼마든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거의 1년마다 조직개편을 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 자첵도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조직개편을 매년 하다가 인원 최소화를 하면서 조직 개편을 줄였던 전회사가 아주 예외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하는 일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나름 이 일을 20년 가까이 해왔고 오랫동안 SAS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덕분에 새로운 회사에서 일하면서 Oracle, Impala, Python을 쓰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쳐했을 때,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던가 그게 아니면 비슷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였다. 이 바닥에서 기술쪽으로 계속 가려면 PM을 하거나 중간관리자가 되거나, 아니면 영업을 해야 한다. 사실 이직하면서 영업을 해보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아직은 기술이 쓸만해서 다른 금융회사로 옮길 수 있었다.

중간 관리자는 이직 하기전에 5년 정도 해봤는데, 이직하고 2년 정도 지내보니 나는 관리자로서는 낙제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기술적인 부분이 있었고 큰 그림을 그릴 능력이 있어서 그걸로 땜빵을 어느 정도 했지만, 팀원들 업무를 정리하고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조직적으로 이끄는 것에는 아무래도 많이 모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에는 실무를 겸하면서 프로젝트까지 이끌어 나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남들이 말하는 팀장놀이조차 할 시간이 없었다. 업무를 분배하고 관리하고 정리하고 이런저런 외압을 막아내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 다른 부서와 회의를 진행하면서 관리도 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었지. 그래서인지 이직하고 나서는 정말 분석 업무에만 집중했고 문서 작업이라던가 회의라던가 하는 일은 정말 최소화했다. 이번 조직 개편 되면서 다 옛날 이야기가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직 40대 중반이기 때문에 은퇴를 하기에는 아직 많이 이르기는 하지만, 한번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까 내가 정말 이 길을 계속 갈 능력이 있는지는 계속해서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직은 자신도 없고 하지만, 자격증도 좀더 따두고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장기 교육도 받아 두려고 한다. 예전에는 이런 교육도 비용 때문에 받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이런 것을 받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아마도 내 미래는 이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서 다니다가, 기회가 되면 다른 회사로 가던가 그것도 아니면 떠밀려서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지만 이직이 쉬운 나이도 아니고 지금 한국은 무척이나 경기가 안좋은 상황이고 다른 회사들에서 신규 채용도 거의 없는 편이다.

아마 여기서 나가게 된다면, 정말 그 때에는 생계형 자격증을 따거나 학원을 다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지만 뭔가 기술력이 있는 분야로 옮겨야 할텐데.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분야이면 좋겠다. 나이 먹고도 계속해서 코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봐야 하고, 틈날 때 찾아봐야겠지. 아무래도 임베디드 분야가 가장 사람들이 모자란 것 같기는 한데, 틈날 때마다 C/C++를 해봐야겠구나.

반응형

+ Recent posts